[스페인 여행 - 세고비아] 시간이 멈춘 듯, 스페인 세고비아: 백설공주 성 알카사르와 로마 수도교를 만나다
작년 뜨거운 여름,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스페인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마드리드의 활기찬 분위기도 좋았지만, 이번 여행에서 가장 특별했던 순간 중 하나는 바로 '세고비아'에서 만난 시간이었습니다. 마치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성과 2천 년 역사의 숨결이 느껴지는 수도교까지, 아내와 함께 떠난 세고비아 시간 여행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요?
저희는 마드리드 중심에 위치한 RIU 호텔에 여장을 풀었기 때문에 세고비아까지는 투어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든든하게 호텔 조식을 챙겨 먹고, 설레는 마음으로 버스에 몸을 실었죠. 마드리드에서 세고비아까지는 고속도로를 타고 약 1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됩니다.
버스가 주차장에서 빠져나오는 순간부터 살짝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아주 좁고 아찔한 터널을 통과해야 했는데, 숙련된 기사님의 능숙한 운전 덕분에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어요. 마치 세고비아로 향하는 특별한 통과의례 같았달까요? 😊
첫눈에 반한 백설공주 성, 알카사르
세고비아에 도착하자마자 버스는 알카사르 성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숨겨진 명소, Mirador de la Pradera de San Marcos라는 작은 공원 앞에 잠시 멈췄습니다.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눈앞에 펼쳐진 알카사르 성의 모습은 정말이지... '와!' 소리가 절로 나왔어요.
뾰족한 탑과 하얀 빛이 감도는 밝은 톤의 외벽, 그리고 그 아래 펼쳐진 나무들과 어우러진 모습이 디즈니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에 나오는 성의 실제 모델이라는 이야기가 사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몽환적이고 아름다웠습니다.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에 빠져 아내와 저는 서로의 베스트 샷을 찍어주며 한참을 감탄했습니다. 세고비아 여행의 인생샷 포인트는 바로 이곳이었습니다!
사진 촬영을 마친 후, 버스는 알카사르 성 근처 Aparcamiento Autobuses El Candido 주차장에 우리를 내려주었습니다. 이제 성까지는 걸어서 올라가야 할 시간! 성으로 향하는 길은 복잡한 도심과는 달리 조용하고 평화로웠습니다. 오래된 건물들과 푸른 하늘, 그리고 멀리 보이는 성의 모습이 어우러져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었어요. 아내와 손을 잡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여유롭게 성으로 향했습니다.
성 안으로: 스페인 역사의 숨결을 느끼다
드디어 알카사르 드 세고비아(Alcázar de Segovia) 성 내부로 들어섰습니다. 성 안은 스페인 왕국의 오랜 역사와 위엄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공간들로 가득했어요.
특히 인상 깊었던 곳은 '갤리선의 방'이었습니다. 이곳에는 스페인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이사벨 1세 여왕의 즉위식(1474년)을 그린 초대형 그림이 걸려 있었습니다. 이사벨 1세 여왕은 아라곤의 페르난도 2세와 결혼하여 스페인 통일의 기반을 다지고, 콜럼버스의 신대륙 항해를 지원했던 역사적인 여왕이죠. 그림 앞에서 잠시 스페인 역사의 중요한 순간을 되짚어보았습니다.
왕의 집무실이나 침실 등 다른 방들도 둘러보았습니다. 방마다 놓인 고가구들은 당시 스페인 왕실의 부와 권위를 짐작하게 했어요
특히 헨리 3세의 스테인드글라스는 햇빛에 반짝이며 화려한 빛을 뽐냈고, 왕의 침실은 단아하면서도 품위가 느껴졌습니다. 방 구석구석에 놓인 소품 하나하나에서 왕실의 손길이 느껴지는 듯했습니다.
알카사르 성은 또한 필리페 2세가 오스트리아 출신의 아내 안나와 결혼식을 올린 장소이기도 하다고 합니다. 성의 천장 벽에는 역대 스페인 왕들의 조각상이 줄지어 새겨져 있었는데, 마치 왕들이 성을 내려다보며 역사를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어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아름다운 왕실 예배당도 있었습니다.
알카사르 성은 단순히 아름다운 왕궁이 아니라, 스페인의 복잡한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과거 이슬람 세력의 지배를 받기도 했고, 이후 '레콩키스타'(Reconquista, 국토회복운동)를 통해 이베리아 반도를 되찾으면서 이곳은 군사 훈련 시설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성 안을 둘러보다 보니 곳곳에 카톨릭 관련 그림들이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 그림 밑에는 이슬람 양식의 화려한 타일들이 박혀 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카톨릭과 이슬람 양식이 이렇게 한 공간에 공존하며 역사의 흔적을 보여주는 모습이 정말 신기하고 인상 깊었습니다. 서로 다른 문화가 뒤섞이며 만들어낸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죠.
성을 모두 둘러본 후, 빼놓을 수 없는 코스가 있죠! 바로 성 꼭대기에 있는 전망대에 오르는 것입니다. 전망대에 올라서니 세고비아 시내의 전경이 한눈에 시원하게 펼쳐졌습니다. 주황색 지붕의 건물들과 푸른 하늘... 세고비아의 아름다움을 파노라마처럼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포인트였습니다.
부부/연인의 인생 샷 스팟!
아래와 같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참조 하세요.
2천 년을 버텨낸 경이로운 건축물, 로마 수도교
알카사르 성에서 역사 여행을 마친 후, 우리는 세고비아의 또 다른 상징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로마 수도교를 만나러 갔습니다.
이 거대한 석조 건축물은 약 2천 년 전, 로마 시대에 강에서부터 도시로 물을 공급하기 위해 지어진 수로입니다. 거대한 화강암 블록들을 접착제나 시멘트 하나 없이 오직 돌의 무게와 균형만으로 쌓아 올렸다는 사실이 정말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 규모와 정교함에 압도당할 수밖에 없었죠. 오랜 세월 비바람과 역사의 격변을 견디고 여전히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수도교 아래를 걸으며 로마인들의 뛰어난 기술력에 다시 한번 감탄했습니다. 세고비아의 역사와 함께 살아 숨 쉬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세고비아의 맛: 코치니요 아사도로 마무리
세고비아 관광을 마치고 점심 식사를 위해 세고비아의 명물 '코치니요 아사도(새끼 돼지 통구이)'로 아주 유명한 Mesón de Cándido로 향했습니다.
이곳은 수십 년 동안 새끼 돼지 구이의 명가로 알려진 곳이죠. 바삭하게 구워진 껍질과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부드러운 속살! 세고비아에 왔다면 이 코치니요 아사도는 꼭 맛봐야 한다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전통 방식 그대로 구워낸 새끼 돼지 구이를 맛보며 세고비아에서의 모든 순간들을 되새겼습니다. 여행의 피로가 사르르 풀리는 듯했어요.
세고비아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치 몇 시대를 넘나드는 시간 여행을 한 듯한 깊은 인상을 남긴 도시였습니다. 백설공주 성 같은 알카사르에서 중세 왕실의 삶과 복잡한 역사를 엿보고, 2천 년 전 로마 시대의 경이로운 기술력을 상징하는 수도교 앞에서 압도당했습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도시의 분위기 속에서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수 있었던 세고비아 여행. 스페인 여행을 계획하신다면, 마드리드 근교 여행지로 세고비아는 꼭 들러보시길 강력 추천합니다! 역사와 낭만이 공존하는 이 아름다운 도시에서 잊지 못할 시간을 보내실 수 있을 거예요.